"아, 힘들어."
"왜 이렇게 퇴근길이 힘든거야?"
"정말 지옥철 끔찍하다."
"임산부가 앞에 서 있는데 아무도 안 비켜줘."
"너무 짜증나."
설날 이후부터 퇴근 후에 집에 오면 입에 달고 다니던 말들이다.
임신 30주가 넘어가면 배가 좀더 나오고 슬슬 힘들어진다고 그러던데, 설 연휴가 30주였으니...
긴 연휴를 지나 31주차에 출퇴근을 하면서 '언제까지 회사를 다녀야 하나'하는 갈림길에 서게 되었다.
임신 초기 머리 아프고 출퇴근길에 쓰러질 것 같았던 기분을 벗어나
임신 중기 때는 임신하지 않은 사람처럼 날라다녔었는데
임신 후기에 접어드니 <배가 눈에 띄게 나옴 + 허리가 쑤시기 시작함 + 몸에 무리가 가면 배가 땡김>의 트리플 콤보에 얻어맞고 정신을 못 차렸던 것이다.
기분이 태도가 되면 안 되는데...
몸이 불편해지자 나의 몸 상태가 내 기분으로, 나의 언행으로 그대로 드러나게 되었다.
출퇴근 시간은 편도 1시간 정도 되었고,
집에 귀가하는 시간은 빠르면 오후 7시 30분, 늦으면 8시도 넘겼었다.
날씨는 춥고, 지하철과 버스에 사람은 많고, 앉아서 가기도 힘든 환경에서
그 시기 나의 예민도는 퇴근할 때 극도로 올라갔던 것 같다.
그래서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내가 생각했던 대로 집이 세팅되어 있지 않은 경우
나의 짜증 지수는 더 올라갔고, 그런 짜증을 남편에게 풀기 시작했다.
남편이 잘못한 게 아닌 걸 뻔히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
오늘 퇴근길에 있었던 힘들었던 점을 짜증을 듬뿍 담아 남편한테 토로하기 시작했다 (미안...😭)
지금 와서 왜 그렇게 짜증을 막 쏟아냈을까 생각해보면
원래 나는 기분이 안 좋을 때 모든 걸 일시정지하고 침대에 누워서 감정을 조절하곤 하는데
퇴근 후에 옷 갈아입고 씻고 밥 먹는 모든 과정에서
'침대에 누워서 휴식을 취한다'는 선택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.
정말 고맙게도, 우리 남편은 나의 기분을 인내하며 잘 받아주었고
긴 연휴 이후 출근한지 3일째 되던 날 (짜증낸지 3일째 ㅎ) 휴직을 권유하기 시작했다.
"앞으로의 당신은 더 힘들어질 거야.
점점 더 배가 나오고 불편함은 증가할 수밖에 없을텐데, 더 힘들어진다는 건 확정된 미래야."
"기분이 계속 안 좋은 건, 몸이 힘들기 때문이야.
나도 장거리 출퇴근했을 당시에, 당신도 나한테 '요새 짜증이 는 것 같아' 라고 했었잖아.
몸이 힘들어서 스트레스 받아가면서까지 회사를 다니는 게
오히려 당신과 아기한테 더 안 좋은 일이야"
"그렇게까지 고집하면서 회사를 다닐 이유가 없어.
회사 상황이 바쁜 것도 아니고,
잠깐의 소득이 준다고 해서 우리 가계 경제가 흔들리지도 않아.
돈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."
맞는 말 대잔치다.
3월 초까지 회사를 다니겠다는 내 결심은 그렇게 깨지게 되었다.
그리고 나는 지난 2월 17일, 33주 3일차가 되던 날 휴직을 시작하게 되었다.
사실 지금도 여전히 '이 정도 몸상태면 회사를 다닐 수 있지 않을까?' 생각하곤 한다.
쉬고 있어서 몸이 편해지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, 곧바로 지워버리지만 말이다 ㅎㅎ
출산 전 마지막 자유로운 휴식이라고 생각하고 지금 이 순간을 누리고...
겸사겸사 그동안 미뤄뒀던 재테크 공부도 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.
의미 있게 보내는 휴직 기간이 되기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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